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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정보안내] [청소년 주거복지 지원사업] “17살에 아이를 낳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 등록일

    2020.12.18

  • 조회수

    173

  • 시설종류

    아동,청소년

  • 카테고리

    복지정보안내

17살의 지영 씨가 임신 사실을 알아챈 것은 이미 태아가 5개월째 자라났을 무렵이었다. 임신하면 몸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몰랐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부모는 낙태를 권했고 지영 씨가 이를 거부하자 연락을 끊었다. 배가 불러오자 결국 학교도 그만 둘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동갑내기 남자친구 재훈 씨는 함께 아기를 기르자고 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책임감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 재훈 씨 역시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시작했지만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종일 일해도 기본적인 생활비를 충당하는 것조차 버거웠다. 시설에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부부를 함께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청소년부모 가족에 대한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정리한 가상의 사례이다. 이것만으로도 상황이 막막해서 한숨이 나오는데, 현실에는 이보다 심각한 사례도 많다.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얼마 전에 청소년부부가 상담하겠다고 찾아왔는데,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 슬리퍼 차림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고 전했다. 부부는 4달째 노숙 중이었고 며칠 째 밥도 먹지 못했다고 한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청소년부모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어떤 가족에서 태어났든 상관없이 모든 아기들을 소중하게 길러낼 방법은 없을까? 그 대답을 함께 찾기 위한 토론의 장이 열렸다. 2월 7일 국회 세미나실에서 ‘청소년부모가족 현실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린 것이다. 아름다운재단이 지원하고 정은혜 의원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가 주최한 자리다.

아름다운재단과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부모의 최종 학력은 고등학교 졸업(44.8%)와 고등학교 중퇴(18.4%)가 가장 많았다. 이들은 대부분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34.9%) 임신 사실을 알고 학교를 더 다니지 못해(33%) 학업을 중단했다. 임신 전부터 학교 밖으로 벗어나 사회의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학업 중단’은 곧 ‘좋은 일자리를 얻기 힘들다’는 뜻과 마찬가지다. 게다가 어린 자녀를 양육하면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청소년부모들은 현재 쉬고 있거나(61%), 시간제 아르바이트(15.6%)로 일했다. 무직의 이유는 ‘자녀를 직접 양육하고 싶어서(32.6%)’. ‘자녀를 맡길 곳이 없어서(30.6%), ‘마땅한 일을 구하지 못해서(16.6%)’ 등으로 나타났다.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데 소득이 높을 리가 없다. 청소년부모의 절반 이상은 월 100만원 이내 소득 분포를 보였다. ‘월 50만원 이내’라는 답변도 26%나 됐다. 10명 중 2~3명은 월 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자신과 아이의 생계를 이어가는 것이다.

경제적 불안정은 주거의 불안정으로 이어진다. 청소년부부는 주로 본인이나 배우자의 집, 부모님의 집에서 생활했는데 출산이 가까울수록 시설을 이용하는 비율이 높았다. 가족으로부터 적절한 출산 지원을 받기 어렵다고 짐작되는 대목이다. 시설조차 가지 못하면 여관이나 모텔, 찜질방에서 묵기도 했다. 산모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청소년부모들은 법적 지원체계 등의 도움에서도 단절되어 있다. 절반 이상(50.8%)이 국민기초생활수급과 법정 한부모에 둘 다 등록되지 않은 상태이다. 수급 기준에 맞지 않거나(66%) 제도에 대해서 모르는(16.5%)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특히 사실혼 및 혼인 상태의 청소년부부는 지원대상에서 배제되는 사각지대였다. 현행 법률이 한부모, 즉 미혼모나 미혼부만을 대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부부는 시설에도 함께 입소할 수 없다. 한 청소년부부는 “지원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단체들이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니라 ‘청소년부부’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이유이다. 이렇게 부모들이 악전고투하면서 겨우겨우 버티는 상황은 아기에게도 좋을 리가 없다. UN아동권리기본원칙은 “모든 아동은 어떤 이유로도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 아동의 생명과 생존, 발달을 위한 권리가 최대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어떻게 태어나 자라든지 모든 아기들은 건강하게 자랄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보장할 의무는 부모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에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청소년부모의 실태를 공유한 뒤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자들이 특히 강조한 것은 통합적 자립 지원이다. 주거 지원과 경제적 지원, 보육 서비스 등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부부를 지원하는 킹메이커는 마을 안에 장단기 주거시설을 갖추고 초밀착 사례관리를 지원한다. 사례별로 수요를 파악해 생계는 물론 의료, 양육, 학업, 정서발달 등을 함께 지원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자립을 위한 적정 근로능력 개발 교육도 지원하고 있다.

법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20세 이전의 청소년부모는 이미 원가족과 단절된 경우가 많은데 정작 이들은 보호자 동의가 없어 혼인신고를 하거나 주거지원을 받기 어렵다. 또한 정책이 한부모에 집중되어있다보니 부부가 함께 아이를 기르는 가족에 대해서는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은주희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연구위원은 “융통성 있는 법 적용 및 요건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교밖 위기청소년 지원, 긴급 지원 등의 현행 제도를 활용하면서, 사실혼 관계의 청소년부부에 대해서 법적으로 지원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실제 청소년부부를 지원하는 활동가는 이날 토론회에서 18살에 부모가 된 청소년 아빠의 사례를 이야기했다. 지난해에 “미래에 대한 꿈은 둘째 치고 월 200만원 이상만 벌어보면 좋겠다”면서도 씩씩해 보였던 어린 아빠는 올해 “그냥 발악하면서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부모가 언제 이 가정을 포기할지, 그러면 아기는 어떻게 될지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아이를 키우다가 결국 포기해버리는 청소년부모들을 우리는 쉽게 나무랄 수 없다. 그렇게 비난하기 전에 이제라도 울타리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과 지자체, 정부가 손을 잡고 촘촘한 지원체계를 수립해야 한다. 너무 빨리 아기를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젊은 엄마아빠들이 불행을 짊어지고 살지 않도록, 그 불행이 아이에게 대물림 되지 않도록.

출처:아름다운재단

링크:[청소년 주거복지 지원사업] 17살에 아이를 낳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beautifulfund.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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